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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여름. 마르세유에서 짤막한 프랑스 남부 여행을 끝내고 출발한건 해가 지고 난 후, 저가 항공기를 타고 도착한 우리는 마드리드로 도착했다. 공항근처 호텔의 픽업서비스를 몰랐던 우리는 택시를 탈까, 걸어갈까를 바보처럼 고민하다가 차가 쌩쌩 다니는 인도도 없는 도로를 캐리어를 끌고 누빈 끝에 호텔에 겨우겨우 도착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세탁되지 않은 눅눅한 티셔츠들과 속옷들을 캐리어에 구겨 넣고 다시 출발한다. 아침 일찍 차를 렌트하여 운전하여 세비야로 출발했다.

마드리드는 일정상 깔끔하게 버리기로 했지만,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만 찍고 가기로 한다. 일요일 아침이라 휑해서 주차하기도 매우 편했던 기억이 난다. 고야 작품을 감상 못한건 천추의 한.


 600km에 달하는 이동거리, 작렬하는 태양, 누적된 피로, 오랫만에 해본 스틱 운전. 모든것이 악조건이었지만 즐겁기만 했다. 기대감. 희망. 그런것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익숙치 않은 운전에서 오는 피로감 때문에, 몬스터는 우리들의 동반자였다. 휴게소에서 잠깐 한 컷. OPEL의 CORSA. 아무리 밟아도 평지에서 110밖에 안나오는 차였지만, 얼마나 고맙던지...

팔에 있는건 유럽 여행중 방문했던 도시들에 방문했을 때, 도시의 이름이 새겨진 밴드를 기념품으로 수집하고 다녔던 것인데, 그것이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 올 수록 초목의 색이 변하고 점점 불그스름한 스페인의 땅이 드러난다. 40도가 넘는 더위에 그것들은 불타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여차저차하여 긴 여정을 끝내고 세비야에 도착했다. Hola, Sevilla. 민박집 직원들은 매우 친절했고, 침대는 매우 편했으며, 우리는 드디어 마침내 빨래를 할 수 있었다. 주인분께 시내 지도를 받고 갈 곳을 대충 설명 받았다. 까떼드랄(Cathedral, 대성당), 알카자르, 에스파냐 광장, 그리고 플라멩코가 오늘의 목적이다.


세비야의 까떼드랄은 바티칸의 베드로, 런던의 세인트 폴을 잇는 유럽에서 3번째로 큰 성당이다. 이슬람 세력을 밀어내고자 했던 레콩키스타(Reconquista, 재정복)의 정신이 안달루시아에서 우리가 방문했던 3대 도시-세비야, 꼬르도바, 그라나다-중 가장 강하게 남아있지 않나 싶다. 원래 터에 존재하던 사원을 싹 밀어버리고 이토록 거대한 성당을 지었으니 말이다.

내가 이 여행기를 남겨야 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된 사진이다. 도무지 여기가 어디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겨우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까떼드랄의 뒷편이었는지, 아님 생판 다른곳이었는지... 까떼드랄을 지나, 궁전인 알카자르로 향한다.


세계유산으로 남아있는 알카자르. 


이런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 그 옛날 햇볕만 쨍쨍한 가운데 있었다는 상상을 해보자. 지금은 추워서 별 감이 안온다만, 그당시에는 정말 감탄이 나왔다. 알카자를 나와 에스파냐 광장으로 향한다.


김태희가 부채를 들고 탱고를 추었던 모 휴대폰 광고에도 등장하는 그 곳이다. 햇빛에 가느다란 분수의 물줄기가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날리면서 무지개를 만드는데, 물줄기가 움직일 때마다 무지개도 함께 춤을 춘다. 

일식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이런 사진을 찍게 만들었다. 갓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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